그리마 X
About This Track
자본주의의 기계적 논리를 그로테스크한 곤충의 메타포로 표현한 걸작으로, 카프카의 '변신'을 전자음으로 재해석한 듯한 섬뜩한 아름다움이 있다.
Lyrics
눈을 뜨자 사각거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것은 어젯밤 꿈속에서 꿈꿨던 꿈에서 깨어나는 꿈 내가 꿈을 꾸고 있었다는 것은 때로 섬칫한 일입니다 지난날이 꿈이었던가, 지금이 꿈속이던가
사각거리는 소리가 골목길을 넘어 큰 길로 나가면 폭포소리처럼 커집니다 그 소리는 꿈속의 나, 그리마, 돈벌레가 내는 소립니다 서른 개나 되는 키틴질 다리들이 서로 스치면서, 바닥을 훑으면서 내는 소립니다
길을 따라 부지런히 발을 놀립니다 다른 것들도 각자의 둥지에서 나와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냇물이 모여 강물이 되듯, 커다란 무리를 이룹니다 그리고 산비탈의, 성벽과도 같은 담장들 사이를 메워갑니다 그것들, 그 벌레들은 살고 싶습니다 살기 위해서 이 나쁜 꿈속에서, 저 높은 담장들 너머로 흘러 비치는, 컴컴한 그림자로부터 둥지를 지켜야 합니다
대부분의 재화를 대부분의 재화를 가진 자가 독점하겠다는 캐피탈리즘은 강력합니다 마그마처럼 모든 것을 녹이고 흘러넘쳐, 산비탈 아래에서 기다리는 선택을 한 대다수의 생존을 위태롭게 합니다 욕망의 검은 마그마에 그리마들의 갑각질이 녹아내리고, 떨어진 다리들은 비탈길 여기저기 수북히 쌓여갑니다
그러나 그리마들은 그 온기를 쫓아 검은 마그마의 샘이 있는 담장 아래로 몰려듭니다 아무도 그들을 함부로 나무랄 수 없습니다 오로지 그들 가운데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제대로 파악하고 행동하는 자만이 그들에게 활로를 제시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리마 X는 부지런히 더듬이를 움직입니다 떨어져 나간 다리들, 그 몫까지 정신없이 움직여 다리 숫자가 더 늘어난 것처럼 보입니다 담장 사이에 난 우람한 대문 앞으로 갑니다 도저히 일개 그리마로서는 올라갈 수 없을 그 높은 문턱에도 길은 나 있습니다 떨어져간 다리들, 무수한 그리마들의 갑각질… 체절들이 자갈처럼 쌓여 진입로를 만든 것입니다 그 속에 묻힌 사체들도 여럿일 겁니다 다시 한번 거대한 욕망이 분출하여 모든 것을 녹여내리면, 그 길은 제대로 다져져 물신의 제단으로 가는 유용한 참배로가 될 것입니다
그리마 X는 둥지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꿈에서 깨어나는 인간의 꿈을 꿉니다 자신의 존재가 한낱 그리마 X의 꿈일 뿐이라는 사실은 모르는... 그는 꿈이라고 생각한 산비탈의 삶에서 벗어나지 않고서는 못 견딜 것입니다
그리마 X
자본주의 사회의 생존 경쟁
Album Information
Album: Dystopia 2025
Artist: 삼각전파사 (Triangle Waver)
Release Date: 2025. 5. 2.